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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대통령 탓 마음의 병을 어떻게?
입력일 2016-11-15 17:28 ㅣ 수정일 2016-11-17 13:34


요즘 국내 정세가 혼란하고 언짢고 거북하다. 이로 인해 우울, 분노, 허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대선을 치룬 미국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원치 않는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국민감정은 상실감에서 오는 ‘진짜 슬픔’이다.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상실감은 사적인 영역 내에서 일어나는 감정 같지만 많은 사람들에게서 동시에 한꺼번에 일어날 수도 있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의 행적이나 공약을 바탕으로 봤을 때 미국 내에선 여성, 무슬림, 백인을 제외한 인종, LGBTQ(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등의 성소수자) 등의 상실감이 무엇보다 클 것이다.

미국 정신의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이 같은 상실감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난민 국외 추방, 오마바케어 시스템의 변화, 타인에 대한 배척 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국민들도 타락하고 부패한 집단 때문에 상실감에 빠져있다. 대통령의 무능함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희롱 당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감정이다. 정치적 타락과 부패에서 비롯되는 집단 상실감은 개인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거나 사별했을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억지로 밀어낸다고 해서 신속하게 사라지는 감정도 아니다.

이와 관련한 유명한 이론이 있다.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가 만든 '상실감으로 인한 심리반응 5단계'다. 상실감은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 등 총 5단계를 거쳐 극복한다. 슬픔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사회복지전문가 로버트 주커는 로스의 이론을 다시 3단계로 나눴다.

우선 초기에는 불안감, 무기력증, 진실에 대한 부정과 같은 반응이 일어난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의미다. 현실을 부정하는 태도는 생산성 없는 행동 같지만 사실 이는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기 위한 ‘완충작용’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분노, 두려움, 슬픔, 불안감과 같은 강렬한 감정이 표출된다. 이 같은 감정이 촉발될 땐 운동을 하거나 심리치료사와 대화를 나누는 등 긍정적인 방식으로 쌓인 감정을 배설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수용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상실감에 빠졌던 사람들이 새로운 현실에 동화되고, 이에 어우러져 사는 방식을 찾게 된다. 이 같은 극복단계를 묵살하면 상실감을 극복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같은 극복단계를 거치려면 현재의 어지러운 국내외 정세가 장기화되지 않아야 한다. 지저분한 상황이 지속되면 상실감에 빠진 사람들이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상실감을 표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중보건향상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국민들이 상실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국면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주말 집회에 참여하는 것도 상실감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정신의학자들에 따르면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 상처 극복에 도움이 된다. 집회에 모인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는 건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힘인 동시에 개인에겐 치유의 힘이 된다.

문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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