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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인실은 ‘특실’... 병원이 호텔인가
입력일 2015-07-22 10:36 ㅣ 수정일 2015-07-22 11:34

 

메르스 이후 / ② 시급한 병실 개혁

선진국은 1~2인실이 대세

메르스 사태는 병원 내 감염이 국가적 재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병원에서 오히려 병을 옮겨가는 병원 감염을 줄이려면 격리병실이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다인 실을 선호하는 풍토상 호흡기 등 감염병 환자를 위한 별도 응급실이나 병실을 만드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병원들은 현재 격리병실을 마련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어 병실 환경 개선에 소극적이다. 일반입원실·응급실·중환자실 어디 곳이나 마찬가지다. 감염병 치료를 위해 일부 병원이 자발적으로 만든 음압병실(실내 공기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한 병실)이 전국에 668개, 일반 격리병실이 1,131개 정도 있을 뿐이다. 면역력이 약한 중증 질환자가 치사율이 높은 ‘병원 내 감염 폐렴’(흡인성 폐렴)을 피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숫자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일본은 병원 자체를 질병 종류별로 급성·아급성(급성과 만성의 중간)·만성 센터로 분리해 환자를 받고 있다. 수많은 종류의 질환자들이 한데 뒤섞여 치료 받는 일이 적어 병원 내 감염을 줄일 수 있다. 국내 병원은 현재 응급실 입구에 텐트 등을 설치해 환자를 분류할 뿐 호흡기질환 등 감염력이 높은 환자를 위한 별도 응급실이 마련된 곳이 드물다.

미국은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병실 신개축을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병원 건물을 신축할 때는 1인실이 원칙이며, 기존 병원을 개축할 때는 2인실도 가능하다. 유럽에서도 1인실이나 2인실 입원실 체제가 대세다. 여기서 1인실은 가격이 비싼 특실 개념이 아니다. 병원 내 감염 예방 차원의 좁고 검소한 독방이다. 온갖 종류의 환자가 한곳에 뒤섞여 치료를 받는 것이 드문 이유다.

병원 내 감염은 입원환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메르스 확진자 186명 가운데 65명이 환자의 가족이나 보호자, 방문객들이었다. 전체 확진자 중 35%가 문병 등을 위해 병원에 들렀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이다. 이들 가운데는 사망자도 나왔다.

한국의 독특한 문병 문화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의 케이지 후쿠다 공동단장도 “가족이 함께 병원을 가거나 병문안 하는 한국의 문병 문화가 메르스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침을 해대는 환자 옆에서 먹고 자는 한국의 간병문화는 뿌리가 깊다. 선진국의 경우 가족은 입원 환자 곁에서 장시간 머물 수 없도록 돼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국내 병원의 다 인실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다 인실은 환자와 병원 모두 선호하고 있다. 환자는 입원비가 적게 들고 병원 측은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다. 입원 환자가 6명이 넘으면 수가(입원료)가 같이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6인실이나 18인실 모두 건강보험 수가가 같은 것도 문제다. 병실을 교실처럼 운영하는 일부 요양병원 사례는 이런 돈 문제와 결부돼 있다.

돈과 시간을 적게 들이고 병원 내 감염을 최소화하려면 전파력이 강한 호흡기질환자를 위한 격리병실을 따로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치료와 안전을 위해서는 가건물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격리병실은 정부가 병원 측에 인센티브나 적정 수가를 보장하며 독려해야 늘어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메르스가 사라진 후 이런 논의는 금세 잊혀질 수 있다.

우리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감염병 하나가 정권, 아니 국가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경험했다. 병원 내 감염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바뀌었다. 유치원생 아이를 둔 여의사가 퇴근 후 아이를 안고 싶어도, 뜨거운 물로 온 몸을 깨끗이 씻고 가까이 간다는 얘기는 병원 종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병원 내 감염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이다.

미국처럼 병원을 새로 만들 때 '1인 병실 시범 병원'을 선정해 지원하는 것도 검토할 만 하다. 여기서 1인실은 다소 좁고 불편하지만 병원 내 감염에는 안전한 '모델 병실'을 말한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고 효과가 입증된 선진국형 병실 모델을 지레 포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번 메스르 사태처럼 국가 재난을 야기하는 전염병은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그 때 가서 또 다시 병실 환경 얘기를 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

 

※  ‘메르스 이후’ 이전 시리즈 기사 보기

☞ (1) 호흡기 환자, 응급실서 분리 치료하자

김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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